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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아일보(2015.7.11)에 나온 그린토피아 작성일 16-10-17 10:34
글쓴이 최고관리자 조회수 1,310

[토요판 커버스토리]산머루 따고 쑥개떡 만들어보고… 잊고 있던 ‘고향’으로

김성모기자 , 백연상기자

입력 2015-07-11 03:00:00 수정 2015-07-11 03:00:00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의 한 구절처럼 고향은 현대인들에게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다.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콘크리트 숲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많아졌지만 전원에 대한 애절한 향수는 현대인들의 마음 한구석에 아직도 남아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올여름에는 저마다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그곳으로 가족과 함께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도심 벗어나기

7일 오전 농촌 체험을 하기 위해 강변북로를 거슬러 올라갔다. 평일에, 그것도 출근 시간에 도심을 빠져나가는 게 정말 무엇인가를 거스르는 일만 같았다. 게다가 익숙한 노트북 대신 곡괭이 같은 것을 들어야 된다고 생각하니 정장 입고 운동하는 것처럼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서울을 벗어나자 생명력을 한껏 뽐내는 나무들 사이에 있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가시는 것 같았다.


목적지는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경기 양평군 ‘그린토피아 과수마을’. 과수마을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인 ‘두물머리’(양수리의 우리말) 근처에 있는데 한 해에 4만여 명이 농촌 체험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김 회장’(배우 최불암)이 운영했던 과수원도 이 마을에 있다.

“재방문율이 50%가 넘어요. 처음엔 주저해도 도심을 벗어났으니 벌써 절반은 체험한 겁니다.”

비닐하우스에서 ‘몸뻬’를 추켜올리며 등장한 그린토피아의 정경섭 대표(68)는 두리번거리는 기자에게 환영 인사(?)를 건넸다. 그가 안내한 사무실 한쪽 벽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우수체험공간 지정서’,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팜스테이마을 지정증서’ 같은 각종 인증서와 농촌 체험 프로그램 일정표가 걸려 있었다.

“한 번에 300명 이상도 가능합니다. 마을 전체가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린토피아는 펜션 2개 동과 1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회의실, 세미나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오면 마을에 있는 다른 숙소와 인원을 분담한다. 물론 호텔만큼 숙소가 세련되진 않았다. 하지만 냉장고, 침대, 온돌방 등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무엇보다 여름에는 매미 울음소리를, 가을에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것도 다락방에서.

사시사철 체험 프로그램도 알차게 짜여 있었다. 봄에는 누에, 달팽이를 관찰하고 나물을 캔다. 여름에는 앵두와 보리수, 오디를 따고 감자를 캘 수 있다. 가을에는 고구마를 수확하고 겨울에는 딸기를 맛볼 수 있다.

 




농촌 맛보기 

농촌을 직접 맛봤다. 정 대표를 설득해 기자가 직접 갖가지 열매를 따는 농촌 체험을 해봤다. 사실 처음에는 우습게 봤다. ‘열매를 따는 것이 모내기처럼 힘들까’ 싶었다. 하지만 30분쯤 뒤 등과 허리에서는 땀이 솟고 다리 근육은 팽팽하게 조여 왔다. 농촌은 확실히 싱거운 맛은 아니었다. 

발그레한 토마토만 골라 뚝뚝 따냈다. 그런데 정 대표만큼 예쁘게 따지질 않았다. 꼭 기자가 딴 토마토만 초록색 머리가 줄기에 남았다. 정 대표는 기자를 보며 “쉽지 않죠? 열매를 잘 비틀면 예쁘게 떨어집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빨간 열매들 사이에서 거무스름하게 익은 블랙베리도 연신 따냈다. 손도 입 주위도 검게 물들어 사이사이 먹은 것을 감추기가 어려워졌다.

경기 양평군의 그린토피아 과수마을을 찾은 유치원생들이 농장에서 교사들과 함께 고구마 순을 심고 있다. 그린토피아 제공
그린토피아 체험학습장 안쪽에는 나무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무들마다 모양도 색도 다른 잘 익은 열매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정 대표는 “체험학습을 목적으로 조성해 다양한 작물을 길렀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농장에는 자두, 배, 살구, 앵두, 사과, 매실, 복숭아와 토마토, 오이, 가지, 고추, 감자, 상추 등 다양한 농작물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작물들을 하나하나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 그곳

이처럼 도시 생활에서 지친 몸을 농촌에서 회복하는 것을 팜스테이라 한다. 농장을 뜻하는 영어 ‘팜(farm)’과 머문다는 의미의 ‘스테이(stay)’를 합성해 만든 말이다. 특히 도시민들이 휴가철이나 주말을 이용해 농촌에서 숙박하며 농촌의 전통문화와 영농체험을 할 수 있어 최근 인기다.

팜스테이가 새로운 휴가문화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은 휴가를 즐기는 방식의 변화도 한몫했다. 예전에는 미국, 일본 등 해외 유명 관광지나 동남아 등지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패키지 형태로 구성돼 있는 해외 단체여행은 여러 지역을 짧은 시일에 효율적으로 관광할 수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회의감을 줬다. 또 필리핀 등 일부 동남아 국가들은 최근 치안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짧은 휴가를 해외에서 바쁘게 보내느니 국내에서 편안히 즐기며 쉬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 것. 또 해외여행과 달리 농촌에서는 농작물 수확 체험 등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이 많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올 여름휴가를 자녀들과 농촌에서 보낼 예정인 보험회사 직원 이모 씨는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물들을 보여주려고 해외로 나가기도 했지만 갈 때마다 빡빡한 일정으로 아이도 나도 지쳐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올여름에는 농촌에서 아이들과 함께 편안히 쉬고 싶다”고 밝혔다.

농촌과 더불어 어촌도 최근 인기 휴양지로 떠오르고 있다. 어촌은 신선한 해산물을 싼 가격에 먹을 수 있고 갯벌 체험 등을 할 수 있어 자녀와 부모 모두에게 인기다. 게다가 낙조를 맘껏 즐길 수 있는 한가로운 저녁 시간도 덤으로 주어진다.

 
이런 움직임에 정부도 농어촌 관광에 적극적으로 팔을 걷고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어촌 관광 활성화를 위해 농어촌 민박에서도 관광객들이 아침 식사를 사먹을 수 있게 됐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민박업주는 위생 및 안전 등 관련 교육을 받으면 별도의 음식점 신고 없이 손님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농어촌 민박에서 숙박과 취사시설만 제공하도록 되어 있어 주변에 음식점이 없는 곳에서는 이용객들의 불편이 많았다.

농촌이나 어촌에서 편안한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는 간단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도시에서 떠나기 전 자신에게 어떤 곳이 맞는지 알아보는 것은 필수다. 이를 위해 농협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www.farmstay.co.kr)를 통해 숙박부터 카드결제 가능 여부까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어촌으로 떠나려면 바다여행(www.seantour.com)이란 사이트에서 사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곳에는 주제별, 놀거리별로 분류해 놓아 자신의 구미에 맞는 곳을 선택하면 된다. 어촌에 처음 가는 여행자들을 위해 먹거리와 볼거리를 담은 사진도 여러 장 올려놓아 참고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양평=김성모 mo@donga.com ·백연상 기자